
황하 중하류 지역의 토기 무늬는 주로 새를 주제로 하였다.
이 지역의 문헌에서도 역시 새를 씨족 토템으로 하는 전설과 기록이 남아 있다.
앙소 문화 말기의 채도 도안 중에서 몸 길이가 길게 그려진 쌍두다족의 새가 있다.
이 새 무늬는 종종 태양과 함께 그려지는데, 이새를 토템으로 하는 씨족이 아마도 태양을 숭배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의 토템 무늬를 채도 위에 그려 넣은 의도는 무엇일까?
씨족과 부락 간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구성원이 서로 뒤섞이면서 구별해내기 어려워졌으리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토템의 표식과 이름이 있었기에, 그들은 무리들을 정확하게 식별해 낼 수 있었다.
토기가 당시 사람들의 생활용품이었기에,
그 무늬 역시 자신이 속한 씨족의 표기를 새겨 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다른 씨족의 토기와 구분하게 되는데, 바로 이 표기가 토템의 표기일 것이다.
채도 예술 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도안의 특징은 두가지인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도안과
추상적이며 기하학적인 무늬다. 전자는 비교적 일찍 출현하였고 후자는 그보다 늦게 나타났다.

채도의 물고기의 경우, 초기의 물고기 무늬는 대부분 단독으로 그려져 있었고,
그 형상도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예술적이고도 과장적인 색채가 옅었다.
일반적으로 토기의 바깥쪽 윗부분에 그려졌다.
중기에 이르러 채도의 물고기는 사의적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물고기 머리와 몸은 이전의 불규칙한 사실적
형태에서 규칙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변하면서 장식적 특성이 강해졌다.
말기의 물고기 무늬는 더욱 추상적으로 발전하였고 음각과 양각을 혼용한 기법으로 장식 효과를 더욱 갖추게 되었다.
채도의 새 무늬도 마찬가지로 점차 사실적인 도안에서 추상적인 방향으로 가는 발전과정을 거쳤다.
묘저구 유형의 채도에 있는 단독 새 무늬 중에는 정면과 측면 두 종류가 있다. 정면은 둥근 점으로 새의 머리를 표시하고 아치 모양의 삼각형으로 날개를 펴고 날아가려 하는 새의 몸을 나타낸다.
여기에 새의 다리로 세 개의 수직선을 그려 넣었다.
나중에 이 세 개의 다리는 없어지고
둥근 점과 아치형, 삼각형만으로 정면의 새 이미지를 나타냄으로써 상징적인 기하학적 무늬로 간소화시켰다.
측면의 새는 처음에는 비교적 구체적이고, 서 있는 새의 실루엣과 흡사했다.
삼각형의 머리 위에 둥근 점으로 눈을 나타냈고, 양 날개를 펼치고 두 다리는 평행으로 꺾인 선으로 나타내었다.
이후 새의 머리는 삼각형에서 원형으로 바뀌었고, 몸은 간단하게 표현했으며, 단지 꼬리가 펼쳐져 교차되어 있고,
두 다리가 평행의 꺾인 선에서 하나는 앞에 하나는 뒤에 놓인 두 개의 세로 선으로 바뀌었다.
그 후 아예 두 다리와 부리를 생략하고 몸은 한 가닥 긴 사선으로 변하였다.
날개와 꼬리는 몇 가닥의 위로 향해 펼쳐져 있는 호선이 되었으며, 결국 측면의 새 무늬는 둥근 점과 세 개의 호선으로 간소화되었다. 둥근 점과 호선으로 이루어진 이들 측면 새 무늬는 또다시 둥근 점, 직선, 사선, 초승달 모양으로 이루어진 연속적인 기하학 문양으로 발전하였다.
이들 기하학 도안 중 새의 형상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날개의 생동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